- 저자
- 정세랑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19.07.31
평소 소설을 별로 즐겨 읽지 않는 탓에 친구에게 선물 받고 미뤄뒀다가 머리를 식힐 겸 읽은 책이다.
잔잔한 스토리며 그렇게 놀랍지 않은 결말이었다.
그러나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던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나랑 결이 맞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한아의 마음과 생활습관 등이 배울 점과 마치 이 책처럼 미뤄뒀던 환경에 대한 고마움과 보존을 위한 노력들이 다시금 올라왔다.
요즘엔 AI가 빠지면 섭섭한것처럼, 이 책에도 과학의 발전에 대한 내용이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서술되어있지는 않았다.
그저 외계인 경민의 특별한 능력으로 두리뭉실하게 나와있었다.
그런데 그 외계인과의 사랑이 퍽 다행스럽게도 아름다웠다.
나도 저렇게 여기에 왔어.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물론 현실에서는 말도안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 예쁜 사랑이야기고 한아의 생각한 줄 한 줄이 모두 예쁘게 만들어놓은 유리공예품 같이 빛났다. 그런데 표지는 뭔가 우울해 보이는 이미지라 읽으면서도 계속 불안했었다.
101페이지 모든 내용이 예뻣지만 그중 마지막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외계인의 시점으로 표현한 문장이 읽는 나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웃기지? 나보다 내 망원경이 더 먼저 널 사랑한 거야.
예쁜 문장을보면 보라색으로 색칠하고 싶다. 사랑글귀 예쁜 글귀 분홍색이 흔하게 풀리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어떠한 것으로도 정의할 수 없고 신비롭다. 그래서 우주와 가까운 보라색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은 우주처럼 깊은 내면 속에서 끌어와 상대의 존재 자체를 사모하는 마음이 넓고 깊게, 가끔은 쓸쓸하고 때로는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이 내가 아는 사랑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쓴 저자도 외계인이 2만 광년을 달려와 결국엔 '너야' 라는 스토리로 쓰게 된 걸까?
이번만큼은 제대로 분절, 마디, 매듭을 만들고 싶었어. 내가 돌아와도, 바로 그 사람 대신은 아니게. 그래도 많이 힘들었지?
책을 읽는 내내 한아와 경민 둘의 이야기도 로맨틱하지만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소중하고 예쁜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잘 짜여있었다. 그래도 내가 꼽은 베스트 씬은 바로 이 부분이다.
분절이 있어야 한다는 점. 누구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할 때 굉장히 힘들어한다. 이때 이 사랑을 잊기 위해 마음을 다 정리하지 못한 채로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는 거다."라는 말이 난 좀 싫다. 내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거만큼 사람마음에 민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이 또 어딨 으랴, 원하는 데로 새로이 만난 사랑으로 잊어버리고, 이 사람을 다시 사랑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다면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아니며 본인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인 것을. 날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너무나 큰 잘못인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한아도 물론 원래의 경민과의 이별을 제대로 맞이하지도 못한 채로 너무 큰 놀라움으로 슬픔이 묻혔지만 분절 제대로 된 경민과의 이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외계인. 인간도 아니면서 똑 부러지게 사랑하고 한아를 원하고 결국에는 성공했다.
이 책에는 사랑, 환경, 과학의 발전, 결혼 등 여러 이야기들이 접목되어 있는데 언뜻 보면 불완전하고 짬뽕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모두 흥미롭고 동의 됐으며 이야기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는 소중한 마음들을 잘 담아냈고, 햇빛이 쩅쩅한날 아름답게 만들어진 유리공예품(선캐쳐 등) 같았다.
어렵지 않게 두 시간을 훌쩍 보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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