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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헌치백]저자 이치가와 사오,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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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치백
지난 7월 19일에 열린 제169회 아쿠타가와상 시상식.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답게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시상식장으로 몰려들었고, 수상자가 무대에 오르자 평소와 다른 풍경에 기자들은 홀린 듯 플래시를 터트렸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기자들 앞에 선 수상자. 바로, 이치카와 사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목에 꽂힌 기관절개 호스를 누르며 기자들의 질문에 유머러스하게 답했고, 수상 소감을 밝히는 순서가 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째서 2023년에 이르러서야 중증 장애인이 최초로 수상하게 됐는지 모두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장애인을 배제한 종이책 중심의 일본 출판계를 비판하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 추가 보급 등 ‘독서 배리어 프리’를 호소하는 그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보도되었고,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언론과 SNS 커뮤니티에서까지 화제를 일으켰다. 이러한 화제의 열기는 온라인상에서 그치지 않고 판매로까지 이어지면서, 출간 당시부터 화제작이었던 『헌치백』은 출간 한 달 만에 20만 부가 판매되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치카와 사오가 수상 소감에서 밝혔던 것처럼, 중증 장애인 작가가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이 역사적 사건이 『헌치백』을 뜨거운 감자로 만든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화제의 크기를 본격적으로 키운 요소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수상작의 파격적인 줄거리와 작품성이다. 『헌치백』은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심사위원 일부가 난색을 표할 만큼 위악적인 상상력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작품이다. 이렇듯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이지만, 9명의 심사위원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헌치백』을 만장일치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약자인 작가가 약자의 이야기를 썼을 터인데도 이곳에는 털끝만큼의 약함도 없다.” _ 요시다 슈이치(소설가) “상식적인 사고를 휘저어 버리는 언어의 전개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소설이 소설로서 낳아준 것이다.” _ 호리에 도시유키(소설가) 위 두 심사평을 비롯한 심사 경위를 살펴보면, 일본 문학계가 『헌치백』에 주목하는 이유는 작가의 장애가 아닌 작품의 파격성과 문학성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아쿠타가와상 발표 당시 생방송으로 진행된 서평가 좌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서평가들은 이치카와 사오의 장애 당사자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그것과 무관하게 『헌치백』의 문학성은 가히 압도적이라며 입을 모았다. 중증 장애 당사자가 중증 장애인 주인공을 진실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는 점만으로도 『헌치백』은 당사자 문학으로서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이 작품이 선보이는 문학적 실험은 그 훌륭한 문학성을 배가시킨다. 파격을 과감히 도전하는 작가를 발굴함으로써 문단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기로 정평이 난 아쿠타가와상의 수상작답게, 『헌치백』은 시사성 넘치는 풍자적 표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터넷 밈과 은어를 과감히 차용해 뛰어난 문학적 실험성을 보여준다. 전반부에 등장하는 주인공 샤카의 액자소설이 후반부엔 현실의 층위를 전복하면서 메타픽션에 대한 실험으로까지 발전해 나가는데, 이에 『헌치백』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자 양윤옥은 “특히 마지막 부분의 짧은 글로 소설 전체를 뒤엎는 또 다른 세계가 입체적으로 변환하면서 전혀 다른 가정을 펼쳐갈 수 있다는 게 대단합니다. (…) 기적의 명작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저자
이치가와 사오
출판
허블
출판일
2023.10.27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을 한 중증장애를 가진 작가의 책이다.

아쿠타가와상 이란?
일본의 문예춘추(文藝春秋)에서 제정한 문학상. 1927년 사망한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업적을 기려 만들어졌다. 정식 명칭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芥川龍之介賞)이다. 문예춘추를 창간한 키쿠치 칸(본명 키쿠치 히로시)이 나오키 산주고의 사망을 계기로 1935년 나오키상과 함께 제정하였다. 1938년부터는 일본문학진흥회에서 이어받아 주최하고 있다. - 출처 나무위키

일본에서는 엄청 유명한 상을 수상한 것인데 이 책을 쓴 작가는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의 중증 장애인으로 인공호흡기ㅗ아 전동휠체어 등에 의지하고 집필에는 태블릿을 사용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문학계에서는 상징적인 책으로 한 권씩 소장가치가 있는 책으로 유명하다. 일단 20년 동안 해마다 각 문학상애 응모하다가 절박한 심정으로 집필한 첫 비장르 소설인 '헌치백'이 수상된 것이다. 

글을 쓰는 일, 아프고 제약된 삶 속에서 20년간 꾸준히 해왔다는것 결국 될 때까지 하여 성공한 일까지 많은 작가들에게는 이 작가의 존재와 수상소식 만으로도 큰 꺠우침이 있다고 생각된다.

소설가는 책을 낼 때마다 입고 있는 옷을 하나씩 벗는 느낌이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작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더 몰입도가 강하고 그 섬세한 감정표현이 마음을 툭 툭 쳐온다.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싶다.
내 휘어진 몸속에서 태아는 제대로 크지도 못할 텐데.
출산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육아도 어렵다.
하지만 아마도 임신과 중절 까지라면 보통 사람처럼 가능할 것이다. 생식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평범한 여자 사람처럼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해 보는 게 나의 꿈입니다.

 

주인공 샤카가 개인 트위터에 작성한 글이다. 사카는 겉으로는 굉장한 작가이고 점잖은 편이지만 개인 트위터에는 이런 식으로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다시 태어나면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

 

어떤 사람은 첫 도입부부터 책을 덮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고 자극적이게 시작된다. 샤카가 다른 이름으로 상업적으로 야한 글을 써서 판매하는 이 아기로 시작된다. 필자도 이 책을 추천받고 읽었는데 응?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덮지 않은 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참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 20년 동안의 글에 대한 내공이 그대로 전해져 왔으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꼭 한 번은 읽어보면 좋겠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엄청난 소원이라는 것을.

숨 막히는 세상이 되었다는 야후 댓글러나 이른바 문화인이라는 자들의 탄식을 목도할 때마다 나는 '진짜 숨 막히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들. 30년 전의 산소 포화도측정기는 어떤 모야잉었는지도 모르면서.

 

살기 힘들어진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 요즘엔 쉽게 목숨을 스스로를 살인하거나, 죽고 싶다는 말을 흔히들 하는데, 정말 숨 막히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라고 표현한 것 역시 많은 생각과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들이 와닿으며 건강만으로도 건강한 복인 것을 다시금 일꺠우게 된다. [헌치백] 책에 내용이 한 줄도 버릴 것이 없으며, 한 줄 한 줄마다 천천히 읽으면 누구나 공감하고 많은 배움이 있다.

하룻밤에 될 수 있는 직업은 정치가와 매춘부뿐
나는 종이책을 증오한다. 독서 문화의 마치스모를 증오한다.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이치가와 사오의 탁월한 문체와 서술력 그리고 빙빙 돌려 적지 않는 강인함 조차 절박함의 승리로 느껴진다. 섬세한 묘사와 직선적인 표현속에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이 작가의 기술은 정말 대단했다. 일본 문학의 명작으로서, 그 가치와 깊이 때문에 다양한 독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작품이며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심오하게 고민해 볼 만하다.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환경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이치가와 사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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